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향숙_김삼해_김영주_박정숙_박종철_서금석 신정섭_임삼진_이선주_정경원_조규암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1부 / 2023_0815 ▶ 2023_0820
수원시립만석전시관 Suwon Manseok Gallery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 (송죽동 409-2번지) 2전시실 Tel. +82.(0)31.228.4118 suma.suwon.go.kr
2부 / 2023_0901 ▶ 2023_0912
수원가족여성회관 Suwon Family & Women Center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 (교동 74-1번지) 갤러리 Tel. +82.(0)31.259.9800 www.suwonudc.co.kr/sfwomen/mainPage.do blog.naver.com/sfwomen7
사진동인 이때는 수원가족여성회관에서 사진가 남기성과 함께 저마다의 꿈을 사진으로 이루기 위해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진이 전시장에서 전시하기보다는 인터넷이나 SNS로 가볍게 소통하는 일회성 유희로 다루어지는 현실에서 작년 창립전에 이어 금년의 전시는 지역 사진계에 활력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지금(now), 여기(here)라는 뜻으로 사진은 '지금, 여기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고향숙의 회현역Series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철역의 의자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흠집을 주목하며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스스로 갈라지고 할퀴어진 상처를 클로즈업한다. 상처는 지난 시간과 아픔을 내재하고 있는데 고향숙은 상처의 흔적을 드러내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아픔과 시간의 흔적을 색으로 환원하여 드러낸다. 회현역#01처럼 청색과 황색의 강한 대비는 상처의 흔적보다 색채로 인한 심리적 효과가 먼저 다가와 또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한다.
김삼해는 주택가의 평범한 골목길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한 듯 이른 시간 광선이 골목을 아주 낮게 비출 때 촬영하여 별것 아닌 골목길을 신비스럽고 이야기가 가득한 골목으로 바꾸어 놓는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담장 사이로 들어온 빛이 만들어 내는 음영이 마치 영화필름처럼 느껴져 옛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이것이 사진의 매력일 것이다.
김영주의 응시 연작은 일상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이미지를 소재로 우리가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사물도 나를 본다는 응시개념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주체인 나는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며, 그 순간 나를 의식하게 된다. 또 우리는 항상 외부로 시선이 향해있는데 결국은 나에게로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정숙은 재개발로 이주한 빈집에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낡은 창을 통해 멀리 보이는 빌딩은 그들이 꿈꾸던 삶이 느껴지고 미처 챙기지 못하고 두고 간 여행용 가방은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박정숙은 이렇게 버리고 간 물건이나 그 흔적을 재현하여 그들의 삶을 반추해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종철은 어떤 구멍을 통해 보이는 세상을 또 다른 세상이라 표현하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밝음을 찾아가는 것처럼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인데 실제로 구멍을 통해 보여주는 사물은 별거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하고 특별한 주제가 없는 풍경이다. 그것은 박종철이 구멍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자신의 내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금석의 재개발이 시작된 오래된 아파트에서 3~40년을 함께 살아온 나무를 주목한다. 지난해 이주가 시작되며 아주 귀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나무들은 바로 베어지거나 그 자리에서 처리되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되면 베어지거나 폐기될 운명에 처하게 된 나무들을 통해 삶의 순환과정을 생각해 보고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통해 죽음의 존재를 환기시켜 본다.
신정섭은 생명의 근원으로 물에 관심을 가지며 태초에 형상이 생기기 전의 모습을 탐구한다. 형상이 시작되기 전의 혼돈상태의 물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본래 물은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재인데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형상이 지워지기 전의 모습 즉 태초의 혼돈을 촬영하고자 그가 선택한 것은 빠르게 흐르는 물의 순간을 촬영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물론 물의 변화를 촬영하는 것은 작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혹은 물을 인식하는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형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선주는 아주 작은 소재에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작은 티끌이나 작은 꽃 같은 사소한 소재를 즐겨 촬영한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사소한 소재에 끌린다는 것은 자기만의 세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채색의 배경에 드리워진 거미줄에 걸린 작은 열매, 벌레가 파먹은 나뭇잎과 프러시안 블루의 배경 등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소재로 자기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임삼진은 특별하지도 풍광이 수려하지도 않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시골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표만으로 쉽게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텅 빈 풍경이다. 사진을 보면 한낮인데도 사람은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돌아다니지 않아 적막이 흐른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시골의 모습이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찍었던 노스탤지어를 기반으로 하는 시골 풍경과는 다르게 농촌의 현실을 바로 보고 촬영한 사진이다. 더구나 어느 시골을 가도 있을 것 같은 특별하지도 않은 소재는 시골 풍경을 더욱더 쓸쓸하게 한다.
정경원은 전선을 소재로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새로운 소재로 작업을 시작하면 소재의 신기함과 낯설음에 찍을 것이 많아 열심히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다 몇 개월이 지나면 그 사진이 그 사진 같고 다름이 생기지 않아 고민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경원은 이런 과정을 슬기롭게 넘기며 소재의 외형에 집중하지 않고 내적 의미에 관심을 두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전선과 주변 사물과의 관계에 주목하며 일상에서 흔히 보던 소재도 작가의 주관적 의식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규암은 사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본 영월의 요선암을 소재로 하고 있다. 흔히 요선암 사진은 너무 많이 보고 또 그 내용이 뻔해서 그런 소재는 찍으면 손해라는 말이 있다. 비문자예술은 경험할 대상을 만드는 일인데 이미 수없이 경험한 요선암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규암도 그것을 의식하여 일상적인 미를 넘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검게 칠한 부분들과 특정한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비현실적인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그 현실을 넘어선 형상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미지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 남기성
Vol.20230815b | 사진동인 이때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