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링 Pairing

페어링 Pairing은 '연결짓다.' '짝을 이룬다.' 라는 기본적인 뜻에서 시작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 일상에서 블루투스 기기를 서로 연결하거나 술과 음료를 함께 먹을 때 조화롭게 짝을 짓는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는 단순히 각기 다른 대상의 짝을 이뤄주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더 나은 세계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박미라_페어링_드로잉 애니메이션_00:04:22_2023

박미라_새출발_드로잉 애니메이션_반복재생_2023

나의 작업은 실재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뒤섞어 혼재된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연출한 다. 그 어긋나 보이는 상황은 마치 연극 무대와 같은 공간처럼 보인다. 일상과 가상의 경계에서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으로 희극이나 비극이 아닌 복합적이고 생경한 감정을 만든다. 이러한 기묘한 조형적 이미지들은 이미지위주 의 연극처럼 연출되고 회화작업 뿐만 아니라 드로잉애니메이션에도 드러난다.

박미라_Across my Heart_드로잉 애니메이션_반복재생_2023

박미라_장마_드로잉 애니메이션_반복재생_2023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구멍과 검은 구덩이, 문, 뚫린 창문 등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과 호기심, 설렘, 공포 등의 의 미를 담고 있다. 막이라는 개념은 작업에 지속해서 등장하는 제4의 벽(FourthWall)과 이어진다. 'FourthWall'는 연 극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뜻한다. 이 가상의 벽은 현실 세계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 한다. 캔버스나 영상이 플레이되는 모니터 즉, 작품의 표면을 '제4의 벽'이라 상정하여 그림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아이콘들을 화면 밖으로 이동시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 새로운 이야기로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 기존 작업과 연 결된 맥락을 이어 나간다. 회화, 드로잉애니메이션과 입체 조각물의 공간 연출로 작업의 프레임 안에 있던 가상의 세계를 실재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토끼굴을 통해 다른 세계로 진입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가상과 실재의 막을 무너뜨리고 또한 이 막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세계들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공간과 공간을 잇고 이야기와 이야기를 중첩시키며 가상과 실재를 페어링 Pairing 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지속적으로 탐구중인 연극적 구조의 실험과 작품의 표면, 막을 넘나드는 이미지에 대해 그려나가며 연극 무대의 형식을 차용한 2채널 드로잉애니메이션과 여러 세계의 연결성에 대해 보여주는 가벼운 형식의 짤방 드로잉 애니메이션 설치, 회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 박미라

Vol.20230831d | 박미라展 / PARKMIRA / 朴美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