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협찬 / 제주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08:00am~10:00pm
델문도 로스터스 Delmoondo Roasters 제주도 제주시 연삼로 316 (도남동 61-4번지) 2층 갤러리 www.facebook.com/delmoondoroasters
김순관의 아리랑(我理朗) 연작 - 참된 나(眞我)를 찾아가는 여정 ● 김순관화백은 이번 개인전을 '아리랑(我理朗)'이라 명명하고 작업 과정을 '참된 나(眞我)를 찾아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 여정을 새벽시간으로 설정하여 04시에 기상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을 시작한다. 상념에서 자유로우면 즐겁기 마련이다. 생로병사에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조건이 '비극'인 것은 우리가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각성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것은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숙명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고 정신적 해결을 위하여 고뇌하고 실존을 사유한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적 부담이다. 이를 초극하는 길은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참된 자아를 인식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역설적인 과정의 한 가운데에 김순관의 예술이 있다.
구도적 접근과 삶의 초극 ●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을 포착하여 현재적 삶에서 이에 대한 가치를 소환하고 이웃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던 김순관 화백이 이의 연장선상에서 '칸나'라는 꽃의 형상에 '현존재'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담담히 재현해내고 있다. 칸나는 잠깐 피고 저문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는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가 탐문하고 이를 바탕으로 존재의 본질이 갖는 상념을 극복하기 위한 숙명적 선택일 수 있다. 삶이라는 가치를 화면에 표상하여 직접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삶 간의 관계를 하나의 대상에 육화시켜 이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노력은 예술을 넘은 구도(求道)의 영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실적 삶의 모습과 생명을 갈망하는 회화적 실험이 뒤섞인 김순관의 구도적 접근방식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다양한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 구상과 비구상의 조화와 대비를 특징으로 하는 김순관의 작업은 독특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대상의 특성을 나타내는 깊은 색조의 화면은 축적된 물감으로 인해 엄숙하고 견고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구획된 화면을 꽃과 넝쿨을 분석적으로 배치한다던가 신비한 동물들의 동화 같은 배치에 의해 우리를 미상의 이야기 속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견상의 특징 속에 내포되어 있는 독특한 감성은 그의 화면을 단순한 재현이나 물질적 구조로 읽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사변적인 것으로 변환시킨다. 그것은 물질을 통해 정신을 표상하고, 대상을 통해 사유를 구체화 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결국 시각적 경험을 사변적 내용으로 변환시켜 인간 심성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내밀한 사유를 이끌어 내는 마력을 풍긴다. ● 작가는 「칸나-아리랑」연작에서 재료와 물감이 채 정착되지 않은 화면 위에 다른 안료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쌓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퇴적시킨다. 시간의 경과와 그에 따른 변화를 시각화한 그의 작품은 중성적인 안료가 화폭 안에서 유의미한 요소 혹은 생의 요소로 안착되는 일련의 화학적인 과정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작가는 대상의 외피보다는 그 본질의 탐색을 통하여 사물의 정수를 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재현의 형식으로 드러내지 않고 형상 자체를 제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작가는 재현된 작품 보다는 행위의 흔적을 드러냄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거나 재료의 속살을 날것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써 매재가 지닌 생명성에 호응하고자하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기호화된 꽃과 동물은 강한 형상성을 풍기며 작가의 장인적 노고를 부각시킨다. 꽃잎들은 서로 어울려 군집을 이루다가도 형태나 색채, 빛과 어두움을 달리하며 어울림과 변별을 조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형상을 통하여 꽃이라는 외형을 구분하려기보다는 선의 변주와 색채의 실험, 그리고 구상과 추상의 진화도식을 통하여 새로운 조형성을 발견하고자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대상의 응축과 생명의 표현 ● 꽃이라는 대상의 근원적인 형상을 들추어내기 위하여 대상을 분석하고 형태에 주관적인 해석을 가한다는 점에 있어서 김순관의 작업은 모더니즘 회화에 어느 정도 빚을 지고 있다. 김순관의 회화는 꽃이 주제가 되는 것은 분명하나 추상페인팅이 추구했던 화면의 리드미컬한 역동성과 침투한 물질과 빛이 서로를 간섭하게 함으로써 물성을 추구하고 화면에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고려한 추상의도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추상회화의 우선적 특징은 선(線)이라는 의식의 물결 아래로 화려한 원색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고요와 격동을 되풀이한다는 점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순관은 원색의 색감보다는 이를 한 단계 제어함으로써 모더니즘 회화의 절대미를 독자적으로 해석해나가고 있다. 활달한 형태의 변용과 해석, 오방색 계열의 색면 구성, 대상을 분석하되 추상성을 고려하면서 원색조를 유약 등의 매재로 제어함으로써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생동미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련된 양상을 보인다. ● 그러나 여전히 형태를 포기하지 않은 작품 표면은 작업의 첫 단계가 재료의 물성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작품을 그린다기보다는 이를 염두에 두되 시작부터 그가 찾는 가치를 단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의 주제로 선택한 '아리랑'이라는 가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형태의 변용과 물질의 실험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점차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형태를 단순화 · 파편화시키는 것이 된다. 이 역설적 표현과정에서 화가는 안료 자체를 날것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반대로 이를 선과 색으로 보정 함으로써 강한 대비를 추구하거나 서로 조화되도록 배려한다. 이 지난한 과정은 '반복되지 않는 행복은 불행이 된다'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 이의제기하기 위한 구도의 여정으로 읽혀진다. ● 한편 작가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보여주었던 현실에 상응하는 논리적 구조를 가진 어떤 실체를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표면의 물질적인 현존성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감동과 심리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다. 꽃의 형상이 이미지를 환원하는 요소라기보다 물질적인 실체임을 강조하고 그 본질을 추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원본과 재현'이라는 미술의 오랜 과업에서 자유로운 입장을 견지하면서 '주제의 서술'이라는 기능에서 벗어나 자신을 끝없이 복제하는 시뮬라크르의 반복이라는 방향과도 연관된다. 플라톤의 말대로 '예술적 재현이 이데아의 진리를 담보하지 못하고 현상세계의 외양을 모방한 허상(虛像)'이듯이 김순관의 꽃과 동물들은 실재의 재현이라기보다는 한없이 응축된 추상 이미지이며, 참된 자신을 찾아가는 구도의 과정에서 생성된 예술적 분신(分身)들인 것이다. 이처럼 예술가는 작업(求道)을 통해 가시적인 것을 비가시적으로 전환하며, 추상적 사유를 구체적 실체로 현현(顯現)시킨다. 이때 존재들은 결핍의 상황을 완벽히 극복할 수는 없지만 해소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예술을 통해 인간이 얻는 충족이고, 예술가의 존재 이유가 된다. ● 몇 년 전 개인전을 위해 제주 시내에 있던 김순관의 작업공간을 방문하여 그간의 작업을 천천히 살펴보고 대화를 나눠본 바 있는 필자는 그의 끊임없는 예술에의 열정과 많은 작업량, 그리고 무엇보다 빛의 파동과 형태의 변용, 선과 색채의 연속이라는 형식실험과 인간적 삶의 가치에 대한 테마로 쉼 없이 작업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그때의 작업은 작가의 시각경험에 의해 축적된 형태나 빛의 작용에 의해 구현된 현상을 개성 있는 붓놀림으로 재현한 것으로써 여기에는 그의 예술적 욕망을 드러내기보다는 현실을 담담히 관조하면서 형태와 물질의 실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작가는 최근 교외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작가는 형식적으로 이전작업을 연장시키면서 존재의 심연으로 이를 끌어와 상념을 초극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예술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자연을 염두에 두되 이로부터 자유로운 선과 색의 사용으로 전통적 재현의 범주를 벗어난 김순관의 회화는 미묘한 형상성을 띠며 완곡하게 주제가 드러나고 관객은 이 매력적인 그림에 매몰되어 진정한 회화적 가치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 이경모
참된 나(眞我)를 찾아가는 여정 - 김순관의 아리랑(我理朗) 연작 ● 작가로서 교육행정가로서 제주지역의 대표적 그룹인 「관점동인」의 멤버로서 제주현대미술의 형성과 전개에 동참했고, 제주미협의 지회장으로 활동했던 김순관 화백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제주 델몬도뮤지엄에서 오는 9월1부터 9월31일까지 한달동안 개최되는 『제8회 김순관 개인전 - 아리랑(我理朗) 이야기』 전시다. ● 김 작가는 1978년 첫개인전을 시작해서 「제6회 개인전-선으로 그리는 제주의 꽃과 자연」에서 김영호 미술평론가(중앙대교수)는 "김작가의 자연에서 찾은 선의 조형이야말로 새로운 선의 미학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평가를 했다. ● 그리고 2020년 「제7회 개인전-화양연화」에서 이경모 미술평론가(예술학박사)에게 "화가 김순관의 회화는 풍부한 화면의 변주에 따른 회화적 실험과 존재들의 모습을 통해 실존을 성찰토록 유도하는 독특한 회화적 매력을 풍긴다"는 평가를 받았다. ● 김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아리랑(我理朗)이야기』라고 명명하고 작업과정을 '참된 나(眞我)를 찾아가는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여정을 새벽시간으로 설정하여 04시에 기상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을 해 왔다. 또한 이번 전시회를 위해 교외에 작업장(가시나물-아리랑 까사)을 마련하고 작품제작에 몰두했다. ● 이번에 작가는 형식적으로 이전 작업을 연상시키면서 존재의 심연으로 이를 이끌어와 상념을 초극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예술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자연을 염두에 두되 이로부터 자유로운 선과 색의 사용으로 전통적 재현의 범주를 벗어나 김순관의 회화는 미묘한 형상성을 띠며 완곡하게 주제가 드러나고 관객은 이 매력적인 그림에 매몰되어 진정한 회화적 가치가 무언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전"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아리랑-그리움」을 비롯한 28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아리랑-그해 겨울, 22년 10월의 이야기, 대화, 남아있는 나날, 마른 갈꽃 내음, 보금자리 등 인간 심성 깊숙한 곳에 자리하는 내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들이다. 전시관람 시간은 08시부터 22시까지이며 오프닝 행사는 없다. ■
Vol.20230903g | 김순관展 / KIMSOONKWAN / 金淳官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