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만 있는

문정_이승현_황예랑展   2023_0916 ▶ 2023_1013 / 월,화요일,추석연휴 휴관

문정_비가 온다 no.1 Il Pleut no.1_종이에 연필_34.5×4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 월,화요일,추석연휴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pageroom8

"여기에만 있는" ● "여기에만 있는" 전시는 '지금'의 시점을 뚫고 '여기'라는 시공간을 살고 있는 작가 개인이 나름의 방식대로 지정한 작업 프로토콜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문정, 이승현, 황예랑, 세 작가들은 내면의 환기를 위해 가지는 휴지기 같은 시간 안에서 어떤 규정되지 않은 행위와 생각을 시각화해 나아간다. 작업의 방향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전제되어 있을지라도 그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며 자칫 한 곳으로 치중될 수 있는 주의력을 의식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작가 스스로 작업 과정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고 있다. 그래서 창작 활동에 있어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작가만의 취향이 깃든 드로잉과 입체 등 예술적 방법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

문정_비가 온다 no.8 Il Pleut no.8_종이에 연필, 콜라주_66×80cm_2023
문정_비가 온다 no.4 Il Pleut no.4_종이에 콜라주_22.5×36.6cm_2023
문정_비가 온다 no.10 Il Pleut no.10_종이에 연필_30.3×23.5cm_2023

문정 작가는 '비가 온다(Il pleut)' 시리즈의 첫 번째 작업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22년 하반기에 완성한 첫 번째 연필 드로잉에서부터 주로 선(線) 적인 요소를 추출하여 드로잉과 콜라주 등으로 재조합해 나아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같은 시리즈 안에서 작품의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섬세하게 형상을 만들어가면서 작업의 수행적 면모가 강해졌다. 특히 「비가 온다 no.8」은 작가가 먹지를 종이에 대고 문지른 후 얇고 긴 선의 형태로 잘라 그 유닛으로 흰 선과 작은 점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남겨두고 일일이 붙여 완성한 것이다. 13점의 '비가 온다'는 비가 예고되고 강도를 달리하여 내리며 다시 소강되는 현상을 절제된 형상과 명도를 달리하여 추상적이고 직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승현_화면조정 09 Test Pattern 09_종이에 연필, 아크릴채색_63×87cm_2023
이승현_화면조정 08 Test Pattern 08_종이에 연필, 아크릴채색_56×56cm_2023
이승현_화면조정 01 Test Pattern 01_종이에 연필, 아크릴채색_28×36cm_2023
이승현_화면조정 03 Test Pattern 03_종이에 연필, 아크릴채색_28×36cm_2023

이승현 작가는 '본다'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각의 생리적, 심리적 기작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 '무명의 순간'은 시각이 현상적으로 발현되는 현실 세계와 인식에 다다르지 못한 차원이 다른 미지의 세계가 하나의 화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한눈에 형상을 인식하는 것이 어렵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반면,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화면 조정(Test Pattern)' 시리즈는 1960~1990년대 방송국에서 아날로그 TV 송출 시 사용했던 도형을 화면 중심에 끌어온다. 국가별로 다양한 화면 조정 이미지는 화면의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특정한 패턴과 컬러로 구성되는데, 이승현 작가는 제한된 컬러칩 안에서 최상의 색을 취하고 매일매일 작가만의 드로잉을 채우는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거시적인 관점이 역으로 전환되면서 작가 개인의 화풍과 색채가 칸마다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황예랑_개 Dog_스컬피에 아크릴물감_13×12.5×12.5cm_2023
황예랑_나비인간 Butterfly Human_한지에 연필, 수채물감, 먹_22.3×17cm_2023
황예랑_토끼 Rabbit_스컬피에 아크릴물감_7.5×12×14cm_2023
황예랑_꽃과 개미 Flowers and Ants_한지에 연필, 수채물감, 먹_78×60cm_2023

황예랑 작가는 '삶'과 '죽음'이라는 넓고도 얇은 시간의 부피와 경계 지점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특히 자연과 동물이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포착한 장면에서 인간과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환경과 그 이면에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황예랑 작가는 손을 움직이는 스컬피 작업을 통해 생각의 잔해들을 상쇄시킨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스컬피라는 재료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섬세한 질감과 그림 속 형상이 입체화되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동물이 초상의 주체가 되는 스컬피 작업 5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사생에 기초하며 작가의 긴 시선이 느껴지는 꽃과 개미가 있는 풍경, 인간과 나비가 혼재된 모습의 신작을 선보인다.

여기에만 있는展_페이지룸8_2023
여기에만 있는展_페이지룸8_2023
여기에만 있는展_페이지룸8_2023
여기에만 있는展_페이지룸8_2023

"여기에만 있는" 전시는 문정, 이승현, 황예랑, 세 작가들의 행보에 있어서 이번 전시를 "쉬어가는 페이지" 삼아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시도와 작업 환경과 관념에 대한 일종의 환기가 있기를 바라는 숨은 의도가 들어가 있었다. 단,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의 시간이 작품으로 노출되는 점이 작가의 온전한 흥미와 놓지 못한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지, 이런 생각이 스친다.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형상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가 열리기까지 긴 시간 작업을 하는 동안 미래의 현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기분좋은 몰입과 영감이 함께 했기를 바라본다. " 여기에만 있는" 전시는 "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박정원

Vol.20230916e | 여기에만 있는展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