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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23_0919_화요일_04:00pm
KOWPA 창립 25주년 기념 여성작가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 『감각의 방향』다섯 번째展
주최,기획 /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후원 / 월간사진_김영섭사진화랑
관람시간 / 11:00am~06:00pm 10월 6일_11:00am~03:00pm / 월요일,추석연휴 휴관
김영섭사진화랑 GALLERY KIM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2길 13 3층 Tel. +82.(0)2.733.6331 www.gallerykim.com @kimyoungseobphotogallery
영겁(永劫)의 그리움을 '반복'하는 思慕미학 ● 양양금 작가는 오래전에 고인이 되신 어머님을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바다 앞에서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밤이든 낮이든 정성껏 정화수를 떠 놓고 어머니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는 행위를 기록해 왔다. 이렇게 「정화수(井華水)」 연작을 지속하면서 가시화시킨 그녀의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3중의 반복행위를 수렴시켜 기록하는 미학'이다. 살아생전 아침마다 반복하며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행복을 간절히 빌었던 어머니의 기원행위와 이제 그 행위를 그리운 어머니를 위해 정성스럽게 반복하는 작가의 사모행위 그리고 이 의례를 사진으로 반복해 기록하는 촬영행위가 하나의 시간성으로 수렴되면서 작품과 그 의미로 종합된다. 말하자면, 작가는 '세 개의 행위를 연결하고 중첩하는 반복의 시간을 통해 사무치게 그립지만 볼 수 없는 어머니를 작품에 초대하는 사모곡(思母曲)을 구현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어머니의 분신 같은 옷가지와 함께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상징하는 바닷물은 어머니의 고난한 삶이 배어 있는 백사발 또는 놉 바가지에서 어머니를 향한 무한한 그리움의 물로 반복되며 순환한다.
세찬 파도로 넘실대거나 잔잔한 일렁임으로만 가득차거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순간을 정지 또는 장노출로 포착해 낸 바다의 다양한 모습들은 모든 역경을 가족만을 위해 묵묵히 겪어내신 어머니의 삶의 의지와 헌신적인 사랑의 흔적들이기도 하다. 이런 바다의 흔적들이 포용하고 있는 어머니의 과거 기원행위들은 작가 삶의 지표가 되고, 촬영 작업에서 다시 작가의 기원행위들로 지속해서 미묘한 차이를 내며 반복된다. 사진 속 멈춰선 시간에 생전의 어머니를 온전히 현전시킬 수 없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불완전한 만남은 작가에게 가슴 저린 상흔을 남긴다. 여기서 살아계신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는 어머니의 잔영이 남긴 공백은 관람자들에게도 강렬한 상실감의 파토스를 체험하게 하면서 어머니의 존재와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요컨대 「정화수」 연작은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모의 미학이지만 '불가역적인 상실과 완성될 수 없는 잔여'라는 사진의 리얼리티에 대한 사모의 미학이 된다. 즉 가장 사적이고 주관적인 진실이 보편적인 진실로 열린 것이다. 그 결과 「정화수」 연작은 사랑했던 어머니의 삶의 여정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애절한 의례가 지닌 실존적이면서 사진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다. ■ 김화자
귓가에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 동틀 무렵, 동네 우물에서 첫 물을 길어와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던 어머니의 기도 소리는 늘 집안의 새벽을 환하게 열어주었다. 혹여 자식들 중 누군가가 병들어 앓아눕기라도 하는 날이면, 어머니는 더욱 일찍이 준비한 정화수 한 사발을 뒤뜰 장독대에 올려놓고 두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며 기도하셨다. 그 기도 소리는 더욱 애절하게 새벽하늘을 향해 울려 나갔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들어가니 어머니의 정화수(井華水)가 자꾸 떠오른다. 자식들을 위해 늘 간절했던 그 기도가 오늘날 우리 다섯 남매의 삶에 커다란 힘이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먹먹해 진다. 낮에는 몸이 부서지도록 힘들게 일하시고, 저녁이 되면 붉은 속살이 보이도록 쩍쩍 갈라진 손바닥과 손가락의 통증을 잊기 위해 촛농 한 방울 한 방울로 벌어진 살과 살의 틈을 이으셨다. 그리고는 늦은 시간까지도 헤어진 옷과 양말을 바느질하며 자식들을 따뜻하게 입히셨던 어머니!
연약하지만, 다섯 남매를 위해서는 온갖 세파(世波)를 헤치며 굳건한 바다처럼 사셨던 사람, 오로지 자식만이 전부이고 희망이셨던 그녀,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어느새 나는 다 자라 분가한 삼남매의 자식을 두었고,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나이에 이르렀다. 이제야 어머니가 걸어온 뒤안길을 마주하며 그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유난히도 바다를 좋아하셨던 어머니! 나는 어머니의 품처럼 무한한 바닷가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가 쓰셨던 하얀색 막사발과 놉 바가지에 정화수(井華水)를 채우고, 눈보라 치는 바다 앞에서 어머니가 입었던 모시 적삼과 버선도 펼쳐본다. 그리고 어머니가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평안을 기원하고, 자애와 헌신으로 사셨던 어머니의 향기를 여기로 불러온다.
그리고 돌려 드릴 수 없는 나의 사랑과 기도로 어머니의 향기를 감싼다, 자식들 잘되기만을 바라시며 명징(明澄)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 그리고 지금 나의 삶이 밀물과 썰물로 주고받으며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攝理)안에서 눈과 비 그리고 노을을 맞이하며 아직 못다 한 사모(思慕)의 정을 나눈다. ■ 양양금
Vol.20230919e | 양양금展 / YANGYANGKEUM / 楊良今 / photography